사도 바울로 분장한 자화상 (Self-Portrait as the Apostle Paul, 1661)
캔버스에 유채, 91x77cm, 암스테르담, 레이크스 국립미술관
캔버스에 유채, 91x77cm, 암스테르담, 레이크스 국립미술관
늙은 자화상
-렘브란트 <성 바울 풍의 자화상>을 보고 도종환
젊은 날 자신있고 밝은 자화상을 많이 남겼는데
무엇때문에 다시 늙은 얼굴을 그리려 했을까
맑은 빛이 사라진 눈을 왜 정성 들여 그렸을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마를 덮고 있는
억세지도 곱지도 않은 머릿결
지나온 날처럼 굴곡이 심한 얼굴 곳곳의 그늘과
그를 오랫동안 따라다닌 불행이 화폭 밖으로
흘러내리는 자화상을 왜 그리고 있었을까
사월 들풀처럼 푸르게 타오르지도 않고
한겨울 나무처럼 처절하게 견디고 있는 것도 아닌
늦가을 오후의 지친 나뭇잎 같은 모습을
꾸미거나 애써 감추려하지 않고
왜 꼼꼼하게 그려넣었을까
있는 모습 그대로의 제 얼굴을 정직하게
그려서 남기려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부끄러운 모습을 감추려 하지 않은 까닭은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2006)에 수록된 시입니다. 시인의 그림 읽기에 공감하시나요? 이 그림에서 렘브란트는 바울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지만, 겉 모습은 시인의 말대로 지나온 날의 굴곡이 얼굴 곳곳에 나타나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바울은 그리스도 신자들을 박해하다가 회개하고 유대인에게 복음을 전한 인물입니다. 네덜란드 예술을 전공한 마리에트 베스테르만은 <<렘브란트>>(2002)에서 "기독교 신앙에 대한 철저한 믿음과 인간의 허약함에 대한 멜랑콜리한 성찰을 겸비한 바울은 렘브란트에게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따라서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고 지키는 사람으로서 바울을 반복해서 그렸다...렘브란트의 의문에 찬 시선과 체념적 인종(忍從)은 세월의 연륜과 더불어 찾아온 한계에 대한 깨달음과 사색의 결과이다"라고 소개합니다.
Rembrandt : Self-Portrai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