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벽
어쩔 수없는 벽이라고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긴 겨울 방학이 지났습니다. 개강을 준비하며 <<행복한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다가 이 시를 만났는데, 한번 곱씹어 볼만한 시라 생각되어 소개합니다.
저자인 도종환 시인이 "직장에서도 쫓겨나고 아주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쓴 시"라고 합니다. 살다가 인생의 벽을 만나게 되었을 때 담쟁이에게서 인생의 벽을 넘어가는 방법을 보았다고 하네요. 담쟁이가 "자기 앞을 가로막는 벽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꾸면서 넘어가는" 것을 보며 '조급해하지 않는 마음, 자신감, 끈기, 포기하지 않는 자세, 연대 같은 것들이야말로 절망 속에서 다시 희망을 만들어가게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임을 ' 노래한 시입니다.
졸업과 입학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점에서는 동의어이고, 나아가 삶의 매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 김 옥 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