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정오의 휴식, 1890
고흐의 접시 그림
사할린 운상(雲上)에게 고형렬
자그만 접시 속 그림.
수건을 쓴 아내는 얼굴을 팔에 묻고, 남편 곁에 모로 누
웠다 모자를 눌러쓴 남편은 두 팔을 젖혀 베개삼고 벌렁
누웠다 아내는 평생을 남편따라 같이 살 사람 남편은 아내
를 데리고 평생 살아갈 사람 집채만 한 짚가리 밑에 누워
있는, 두 사람--
하나면서 둘이면서 둘이면서 하나면서 유럽 어느 들녘,
점심을 마치고 잠시 천국처럼 소녀 소년처럼 잠들었네 이
녁은 양말을 신고, 저녁은 양말을 벗었군 발가락이 보이오
황금 알곡의 추수만큼 잠이 단 가을
이 지상 접시그림 속의 두 사람
고형렬 시집 <<밤 미시령>>(2006)에 수록된 시입니다. 시인이 장식 용 접시 속에서 본 듯한
이 그림은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의 '정오의 휴식'입니다. 밀레(Jean Francois Millet 1814-1875)의 '정오의 휴식'을 모사한 것인데, 고흐는 평생 예술 뿐만 아니라 삶의 스승으로 밀레를 따르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꾾임없이 밀레의 그림을 모사했는데, 잘 알려진 것으로 '씨 뿌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그림들을 그릴 무렵 고흐는 발작이 심해져 생레미 요양소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요양소에 갇힌 채 밀레의 그림을 베끼며 고흐는 고단한 삶에 위안을 구한 것일까요?
요양소를 나와 오베르에 잠시 머물던 고흐는 파리에 가서 동생 테오를 만나고 온 후 권총 자살로 1890년 7월 29일에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아래 그림은 밀레의 원작입니다.
밀레, 정오의 휴식, 18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