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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

Posted by 김옥엽 문학 : 2007/06/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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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샤그래드 지음/김연수 옮김

                                               
'어른을 위한 동화'로 분류되는 이 책은 빅토리아라는 금발의 공주가 동화 속 이야기가 진짜 모두 자신의 삶에 일어날거라는 믿음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의 모습과 그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 여정은 주변과의 갈등으로 상처받은 사람이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고, 상처만 주는 상대방에게 얽매어 자신의 의지를 상실한 채 고통받는 사람이 그 원인을 알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착하게 혹은  모범적으로 규범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이 보다 행복한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공식적인 업무로 지쳐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처럼 표변하는 왕자와의 결혼생활에 힘겨워 하던 공주는 '진실의 길'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고통이 클수록 기회도 함께 커지는 것"이라는 '마음학 박사'의 조언과 함께 말이죠. 새로운 삶을 위한 기회를 찾아 나선 공주의 눈 앞에는 이전에는 보이지도 않던 길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구불구불하고 험한 그 길은 끝이 없어 보입니다. 이후의  험난한 여정은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것은 삶에서 "때로는 뭔가를 붙들어야 할 때가 있고 때로는 그냥 놔줘야 할 때가 있는 걸" 아는 선택의 문제기도 하고,  '두려움'과 '의심'에 맞서는 일이기도 합니다. "두려워하고 의심하면 코 앞에 있는 것도 안 보인답니다." 하지만  "모든 위기 안에는 진실에 대한 가르침을 담은 선물이 들어 있습니다."

공주가 진실의 길에 나서서 처음 들어서게 된 곳은 '환멸의 땅'입니다. 이곳은 새로운 곳이 아니라 공주가 한평생 살아온 땅입니다. '환멸의 땅'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마치 안개 속인 양 방황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지도를 참고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지도를 따라간 많은 사람들은 길을 잃게 되고, '길을 잃은 여행자들을 위한 캠프장'에 모이게 됩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안개가 있어서 혼란스러워하고, 자기와 비슷한 다른 것들과 비교하면서 시간을 허비합니다. 사람 뿐만 아니라  안에 아름다운 나비가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자기 얼굴이 너무나 흉측하게 생겼다는 생각 때문에 얼굴을 감추고 기어다니는 쐐기벌레들도 많고, 주변에 배나무들 만 있어서 사과가 매달리는 걸 뭔가 잘못된 거라고 생각하는 사과나무도 있습니다. 또 장미빛 안경을 쓴 채 환상의 노예가 되어 내면의 공허감을 채우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곳을 떠나지 않고 머무는 이유는 익숙하기 때문이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환멸의 땅'을 벗어나 꽤 어려움이 많은 여행을 한 끝에 도달하는 곳은 '존재의 땅' 입니다. 그런데 허겁지겁 '환멸의 땅'으로 돌아와서 두번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것을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진짜 존재를 발견했기 때문"인데, 이는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나 생각한대로의 자신, 혹은 느끼는 대로의 자신이 아닌, 진짜 존재,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말합니다. 

'존재의 땅'에서 공주가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일" 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공주는 '기억을 향한 길로의 여행' 을 떠나게 됩니다. 마법사 아줌마의 도움으로 이 여행에서 공주는 자신의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부모인 왕과 왕비, 남편이 된 왕자의 성장과정도 보게 되고,그의 본 모습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분노를 토로합니다.


왕자는 우리가 만나기 전에 수많은 일들에 분노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을 내게 다 쏟아 부은 것일 뿐이에요. 나로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어요. 그 사람은 내 사랑을 이용해 내게 상처를 입혔고 내 고통에서  즐거움을 찾았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당하면서도 나는 떠날 수 없었죠.

마법사 아줌마는 이런 답을 전합니다.


존중받고 싶다는 욕망보다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클 때, 사람들은 희생자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되는 법이야. 넓게 보자면 사람들은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받아들이는 만큼을 당하게 되는 거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아가씨 자신의 판단보다 다른 사람의 판단을 더 중요하게 여길 때, 아가씨는 자신에 대한 지배력까지 넘겨주게 되는 거야.

어제 아가씨가 살았던 방식이 오늘의 삶을 결정하는 거야. 하지만 내일의 삶은 바로 오늘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렸어. 매일매일이 새로운 기회가 되는 거야.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 수 있는 기회이자 자기가 원한 대로의 삶을 가질 수 있는 기회지. 지난날의 생각들에 더 이상 집착할 필요가 없어. 아가씨도 봤듯이 그건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에 아가씨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 나온 생각들이니까.



그리고 공주는 '완벽한 골짜기' 에 이릅니다. 완벽함은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고, 흠이 있다면 그것은 완벽함을 지각하는 이의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마법사 아줌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무런 조건 없이 스스로를 받아들일 때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은 저절로 변화하게 돼. 하지만 자기가 항상 고칠 필요가 있다고 믿어 왔던 그것들은 말이야, 그러니까 자기 단점이라고, 자기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그저 자기 마음먹기에 따라 움직이는 하인에 불과해. 왜냐하면 바로 그것들이 자기를 생긴 바 그대로 자기답게 만들어 주는 것이니까. 전에 그 어떤 사람도 아니고 앞으로 찾아올 그 어떤 사람도 아닌, 지금 있는그대로의 자기가 가장 독특하고 완벽해.

그 몇해 동안 내면 깊숙이 텅 비어 있었던 엄청난 공간이 만족감으로, 누군가 함께 한다는 느낌, 평화로움으로 채워진 공주는 성스러운 두루마리가 있는 '진실의 사원' 을 향해 걸어갑니다. 이곳에서 빅토리아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는 것, 참된 사랑이란 적이나 경쟁자가 되어 상대방과 싸우는 일이 아니라, 친구와 동료가 되어 다른 의견에도 동의하는 일이라는 걸 확인하며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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