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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Posted by 김옥엽 문학 : 2007/07/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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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경 지음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이라는 부제에서 살필 수 있듯이,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는 옛 이야기들을 새롭게 혹은 뒤집어서 다시 읽어 보는 작업을 합니다.

저자 고혜경은 신화학 박사이자 꿈 분석가로 '꿈과 신화를 통한 내면 탐구와 여신 전통'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 손은 약손, 옛이야기는 약' 이라는믿음을 지닌 저자는 옛이야기들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힘을 느낄 수 있고, 치유의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저자의 "진정한 여성의 아름다움과 자긍심을 길러 가려는 노력의 연장" 으로, 심리학자 융의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상징적-심리학적 분석적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주관으로 풀어낸 옛 이야기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각자 자신의 이야기 풀이를 시작하길 바란다"면서 다음과 같이 이 책을 쓴 의도를 밝힙니다.
나는 여성을 위하여 이 책을 쓴다. 할머니의 한 타령에 묻어 있는 깊은 슬픔과 허망함을 폐부로 느끼는 여성, 그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이 보이지 않는 여성들에게 나의 내면으로의 여정이 어떤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 또 여성과 함께 살아가는 남성을 위하여 쓴다. 주변 여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남성 내면에 있는 여성성을 찾아가는 데 통찰을 얻길 바란다...이 책은 상처와 치유에 관한 나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치유력을 믿기에, '내손은 약손'을 노래하며 세상을 향해 이 이야기 책을 내민다. 


이 책이 새롭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심청(가부장을 치유하는 풍요로운 잔치마당), 콩쥐팥쥐(콩쥐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에 걸리지 않았다), 해님달님(어머님 품을 떠나는 성장통), 나무꾼과 선녀(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공주와 바보 이반(영원한 처녀가 되는 예술), 연이와 버들 소년(계모의 주술에서 벗어나라), 머리 아홉 달린 거인(산골 오두막에는 왜 할머니가 살고 있을까?) 

첫 이야기, "가부장을 치유하는 풍요로운 잔치 마당--심청"에서 저자는 여러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심청이 아버지를 위하여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몸을 던지는 이미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연 공양미 삼백 석이면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을까? 아버지는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약한가? 착한 선택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 끝에 저자가 던진 과제입니다.


수동적인 것과 수용적인 것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무분별 또한 인당수 아래로 사라져야 한다. 수동적인 것은 게으름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이성, 자신의 판단을 따르기보다 주어진 것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반면 수용적인 자세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식적으로 판단하여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자세다. 심청이 심 봉사의 무책임한 결정을 받아들여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는 것이 수동적인 행동인지 수용적인 행위인지는 각자 생각해보자...청이가 인당수에서 분해되고 죽어 가듯 여성들에게서 진정으로 죽어야 할 것은 여성이 자신의 힘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기지 못하게 하는 깊은 편견과 무지일 것이다. 

표제작,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나무꾼과 선녀"에서 저자는 '남녀가 결혼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화두로 삼습니다. 이혼율이 급증하고, 독신 여성이 급격히 늘어나고 비혼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는 현 싯점에서, '친밀한 관계'와 '개인의 자유'라는 상반되어 보이는 감정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숙고합니다.

저자는 선녀의 이미지를 전형적인 남성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성인 아니마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아니마anima란 융의 용어로, 남성의 무의식 안에 있는 여성성, 혹은 남성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성성의 이미지)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하려면, 남성은 자신의 아니마와 외부에서 만나는 여성을 구분해야 하고, 또 여성은 외부로부터 제공되는 이런 이미지가 여성의 원형적 이미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날 때에는 그 남자, 여자의 의식, 그리고 남자의 무의식인 아니마와 여자의 무의식 아니무스, 이렇게 넷이 만나게 되기 때문에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쉽지는 않지만 성숙한 관계로 발전하려면 자신의 아니마, 아니무스와 자기 곁에 있는 상대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과 남성을 이해하지 못할 때 상대에게 자기 무의식을 투사하게 된다. 상대방의 본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 상대방에게서 그 모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흔히 "남자가 어떻게..." 또는 "여자가 어떻게..."라는 표현을 쓸 때, 우리는 내앞에 있는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대하는 남자와 여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고백을 하는 것이다.

좀 어려워 졌나요?  책을 읽다보면 옛이야기들의 이미지들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 저자의 경험담, 주변 친지들의 사례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날씨가 엄청나게 덥네요. 복잡한 거리나 피서지 보다, 그늘진 곳, 구석방에 누워 이 책과 함께 더위를 잊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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